수목드라마 왕좌는 누구?
3사의 수목드라마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류의 중심에 놓인 권상우, 아이돌의 아이콘 윤아를 뽑아 든 MBC 신데렐라맨은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코미디 연기의 대가 차승원과, 삼순이 매니아를 끌고 다니는 김선아로 무장한 SBS 의 시티홀은 평균적인 시작을 보이고 있다. 연기파 배우 황정민과 미녀는 괴로워 이후 4년 만에 컴백한 김아중이 호흡을 맞추는 KBS 는 착한 드라마의 겸손한 시청률을 드라마 제목처럼 ‘그저 바라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다같이 저조한 상황이라곤 하지만 그럼에도 승자는 있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한 3사의 드라마들은 권상우와 윤아 커플이 한참 뒤쳐지면서 차승원 김선아, 황정민 김아중 커플의 대결구도로 가기 시작했다. 수목드라마 왕좌를 가리기 위한 기준은 하나였다. ‘씨티 홀’이던 ‘그 바보’던 간에 결국 힘든 삶을 잠시나마 잊게 하고 시청자를 웃게 만드는 자가 승리 할 것이었다.
웃음이라는 포인트에서 ‘그 바보’는 ‘씨티 홀’에 밀렸다. 이미 우려먹을 데로 우려먹은 삼순이 캐릭터와 차승원이 고군분투하는 동안 우리를 웃겨야 하는 구동백은 우리를 울게 만들었다. 로맨틱 코미디가 아닌 정통 멜로 연기를 펼치는 듯한 황정민의 구동백의 앞에서 그저 숙연해 질 뿐, 웃음의 여유는 보이질 않았다. 여배우와의 사랑에 빠지는 판타지 속의 우체국 직원, 동백이 아니라 진짜 우리 동네 우체국에 가면 볼 수 있는 노총각 동백을 만나기 위해 굳이 시청자들이 TV 앞에 몰려들 이유는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보면 연기파 배우 황정민의 명품연기는 ‘그 바보’에선 되려 독으로 작용했다. 조금 더 가볍고 발랄하게, 유쾌하고 능청스럽게 시청자를 현실에서 잠시 쉬게 하고 판타지로 인도하는 인도자가 되기엔 그의 연기가 너무나 진지하고 무거웠다.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서민들이 되려 동백의 마음의 짐을 같이 지게 되는 형국이니 시청자들이 드라마의 쳐지는 느낌과 재미없음을 이유로 등을 돌리는 것도 이해가 간다.
안타까운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바보 라는 드라마만큼은 참 좋은 드라마라는 거다. 막장 드라마가 한참 TV 드라마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왜곡하고 있을 때 ‘그 바보’는 독한 것들로부터 우리를 구원해줄 구세주 같은 드라마였다. 드라마와 현실세계의 상호작용을 생각할 때 그 바보는 전체 사회의 약이 될 수도 있는 드라마였다. 지금부터라도 황정민씨가 연기욕심보다는 시청자가 원하는 구동백을 연기함으로써 우리를 착한 드라마로 이끄는 인도자가 되길 바란다.